출마선언문


“유예되고 파괴될 수 없는 삶의 이름으로 녹색전환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상현입니다.


저는 기후위기 도시 서울을, 살리고 돌보는 녹색도시로 전환하고자 2022년도 지방선거 서울시비례의원 후보 출마를 선언합니다. 존경하는 당원여러분께 먼저 출마의 뜻을 밝히게 되어 무척 설레고 벅찬 마음입니다.


저는 마을의 관계망을 잇는 노동자이자 기후위기 대응 활동가입니다. 불평등 사회를 바꿀 꿈을 꾸며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한 치 앞도 알기 어려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으로 진입하면서, 불안한 청년들이 함께 ‘관계망과 돌봄'이라는 우산을 쓸 수 있도록 고민하며 마을의 청년공동체를 일구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해 정착한 이주민인 제게 ‘뿌리를 내리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삶터와 일터에서 뿌리뽑혀가던 평범하게 장사하던 이들, 한 곳에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싸우고자 노력했습니다.


마을활동가로서 시민들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사회 안전망의 공백을 실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백을 풀뿌리 지역의 여성활동가들, 서로 연대하는 시민들이 메꾸는 것을 보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지속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풀뿌리 시민들의 생활 속 지혜와 토론으로부터 공고한 기성 정치에 균열을 낼 힘을 느꼈습니다.

지역에서부터 풀뿌리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치에 반영할지 익혔고, 정치가 시민들을 민원인으로 취급하지 않도록 시민이 스스로 조직하고 단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기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장미 아가씨”가 공식 캐릭터인 성차별 축제에서 동료들과 커다란 녹색 종이 장미를 만들어 들고 “아가씨 아닌 같은 시민"이라며 성평등 퍼레이드를 펼치고, 청년당사자들의 조례 청원운동을 통해 지역의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면서 풀뿌리 정치의 힘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것이 녹색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녹색당원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생명과 평화의 정치, 자신의 의제를 담은 녹색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싸워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정치란 어떠합니까? 기후위기로 불타는 숲과 공장식 축산으로 죽어가는 동물들, 상시적 재난상황에 놓인 시민들 앞에 정치는 어떤 모습입니까. 생태파괴가 초래한 코로나19 대감염 사태까지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긴박한 위기 속에서 제도 정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제가 살고 있는 대도시 서울의 현실을 봅니다. 지난해 서울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민생예산을 삭감하며, 디지털 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특구과 산업단지, 물길과 지하도로를 새롭게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소수의 이익을 축적시키며 집값을 올리는 재개발 재건축을 확대하였고, 사교육 시장을 지원하여 경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대규모 소비 속에서 넘쳐나는 생활폐기물은 외곽으로 보내고 지역 간의 격차를 키웠습니다. 기후정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중앙집권적 정치구도와 관료제를 강화하며 시민참여와 주민자치 실현을 막아섰고, 서울시 공익활동가들의 노동과 시민들의 생존을 위협했습니다.


강화되는 경쟁 속에서 시민 간의 격차는 커지고 삶은 불행해지며, 재개발 재건축으로 소수의 이익이 축적되는 동안 가난한 원주민과 세입자는 살던 곳에서 몰려납니다. 그러는 동안 정치의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 우리들, 정상성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 경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지 못한 채 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만연한 차별과 생존의 문제들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한없이 ‘나중'으로 유예됩니다. 이처럼 배제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대다수의 서울시민이 아닌 일부 기업과 부유층입니다.


그러나 생명보다 죽음에 가까운, 평화보다 파괴에 가까운, 무책임하고 야만적인 정치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절망할 수 없습니다. 유예되어선 안 되는, 파괴되어선 안 되는 이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故나세균 열사, 故변희수 하사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생계를 위협받는 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 방역을 강요받는 홈리스, 내몰리는 임차상인, 플랫폼 노동자, 폐기물 처리 노동자,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농민, 공연장을 잃은 예술인들, 돌봄독박을 쓴 여성,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유예된 장애인, 성소수자, 이름 대신 번호가 붙여지는 동물들, 파괴되는 숲과 강……. 녹색당은 이들, 우리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거대한 절망에 맞서 생명, 평화, 정의를 외쳐왔습니다. 그리고 이 절망을 반복해서 만들어내고 있는 경제성장 지상주의를 부수고 사회적 공공성을 구축하기 위해 함께 싸워왔습니다.


세계 최대 기후악당 도시 중 하나인 서울은 엄청난 예산을 관장하며 시민들의 삶을 크게 좌우하는 정치적 공간입니다. 경쟁과 불평등, 집중을 유도하는 사다리를 설치해 ‘공정한 경쟁'에 대한 신화 부풀리기를 멈춰야 합니다. 그 대신, 서울정치의 우선 과제로 사다리를 걷어차고, 사다리 따위는 필요 없는 평등도시를 구현해 수많은 사람이 배제되고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적 삶의 다양한 요소를 이해하고, 각 영역의 사람들 모두에게 마땅한 몫을 나누어야 하며, 몫 있는 이들과 자본에 집중되는 정책을 새로 써야 합니다. 우리는 가장 먼저 나섰기에 정치적 소수자로 지냈지만, 지금 녹색 전환정치는 시대의 요구가 되었습니다. 위기 속에서 세계의 도시들은 더 나은 길을 향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기후정의와 사회공공성, 생태평화를 요청하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운동이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이 싸움을 시의회로 넓히려 합니다.


그러니, 서울시에는 녹색당 시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필요합니다. 성장과 개발주의에 선명하게 맞서며 대안을 제시할 녹색당 시의원 말입니다.

지난 1년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풀뿌리, 시민사회, 다양한 운동단위와 소통하면서 ‘서울 전환의 정치’를 구체적으로 그려 왔습니다. 강한 열망을 품고, 이제는 낡은 정치를 끝내기 위해, 서울의 전면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나서고자 합니다. 우리 정치의 과제들을 우리가 꿈꾸어왔던 방식으로, 우리의 시간으로, 동지들과 함께 완수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생태 에너지전환과 사회정의를 이룰 것입니다.

우리는 계층 이동 사다리 대신 보편적 사회보장을 통해 불평등의 사다리를 없앨 것입니다. 주거, 교통 등 서울의 기본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자산을 확보할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고, 고밀도 밀집 개발 대신 노후주거지 매입과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고쳐쓰고 나눠쓰는 주거정책을 실현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주택정책을 세울 것입니다. 주변부 몫 없는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에너지 정책, 다시 쓰겠습니다. 태양광 전폭 확대를 통해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하는 서울 에너지정의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겠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사회 최전선 공동체와 해외에 전가하지 않으며 산업계와 공공영역에서부터 배출을 줄이겠습니다. 에너지 다배출 사업장, 민간 건물의 탄소배출을 확실히 줄이고,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하겠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불안정해지는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의 돌봄, 공익일자리를 확충하겠습니다.


우리는 돌봄 민주주의와 포괄적 사회 연대를 만들 것입니다.

사회 연대의 고리들을 잇고, 젠더정의에 기반한 돌봄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과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기본소득과 참여소득으로 시민들의 생계를 보장할 것입니다. 돌보고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보장정책을 만들겠습니다. 마을과 노동이, 시민사회와 기후운동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한 해,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는 포스코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의 결탁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시민, 포스코의 산업재해를 멈추고자 하는 노동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청하는 기후운동가들이 서로 연대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비판하며 ‘시민불복종'에 나선 청년활동가들과 같이, 우리는 여느 기후악당 대기업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녹색 정치의 깃발을 세우며 노동・인권・기후정의를 외치는 이들과 스크럼을 짤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더 나누는 서울, 더 참여하는 서울을 만들 것입니다.

더 집중시키고 더 성장시키며 서울을 비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료,교통,돌봄,교육 등 사회 필수 기능은 서울 및 중앙정부와 통합체계를 마련해 대응력과 공공성을 강화하되, 각 기초지역의 자율성이 필요한 영역은 자치권을 분산하고 권한을 이양할 것입니다. 비대한 관료제 행정을 개편하고 시민들의 곁에서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이루겠습니다. 풀뿌리 기후정의 조례운동으로 시민과 기후운동의 요구들을 지역사회 법제도로 정착시킬 것이며, 풀뿌리 기후정의 시민의회를 통해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를 강화하며 풀뿌리와 녹색정치를 연결하겠습니다. 거대양당이 독점한 정치권력을 시민들과 함께 탈환해 균등하게 나누겠습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서울시의회로 가야 합니다. 서울시는 녹색당이라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단 10석인 서울시의회의 비례의석. 단순 계산으로, 녹색당이 10% 이상을 득표해야 의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녹색당이 이룰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의 구호가 시대의 구호가 된 것처럼, 당원 여러분과 함께라면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어떡하나 고민할 시간에 나서면서 돌파하려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부디 저와 함께 뛰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이해와 요구가 가로막히는 문턱을 넘어 끝까지 풀뿌리의 정치를 실현합시다. 행동하는 당원, 우리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2022. 1. 11 

녹색당원 이상현